사설 - 타이브레이커

이번에 여기에서 밴픽과 타이브레이커를 다루는 이유는 이 부분이 리그를 보면서 가장 답답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규정은 있고 거기에 따라 선수들이 달릴 맵이 결정되고 승패가 갈리는데 거기에 대한 설명이 팬들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밴픽의 경우 어떻게 벌어지는 지 알고 있었으니 이걸 적어 놓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타이브레이커의 경우에는 필자가 궁금해하는 면이 세밀한 면이 있어 아직 벌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고 벌어졌어도 설명이 불충분했던 경우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여러 명의 카트리그 참가자/관계자에게 질의를 보냈으나 그 누구에게도 만족스러운 답을 얻을 수 없었다.

  • 2021-02-25: 규정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전 풀리그 타이브레이커에 관한 내용은 여전히 유효함. 또한 2020 시즌 1 당시 규정 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음이 확인됨.

팀전 풀리그 타이브레이커

필자가 풀리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스포츠 대회를 볼때 항상 찾아보는 것 중 하나는 리그의 타이브레이커 규정이 어떻게 되는가이다. 현재 풀리그 순위 결정은 승패-세트 득실-트랙 득실-승자승 순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나머지 항목들은 한두 단어 만으로 그 의미가 충분히 명확하지만 승자승의 경우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A, B, C, D 네 팀의 풀리그에서 경기 결과가 다음과 같다고 하자.

팀 1 팀 2 스피드 아이템 에이스 결정전
A B 3-0 0-3 1-0
C D 3-0 3-0 -
B C 3-1 0-3 1-0
D A 2-3 1-3 -
A C 2-3 3-0 0-1
B D 3-0 3-0 -

이 때 네 팀의 승패, 세트 득실, 트랙 득실은 다음과 같다.

승패 세트 득실 트랙 득실
A 2-1 +2 +5
B 2-1 +2 +5
C 2-1 +2 +5
D 0-3 -6 -15

이 때 D가 4위인 것은 명확한데, 나머지 세 팀 사이의 순위는 어떻게 될까? 답은 “승자승”이라는 표현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다이다.

앞선 타이브레이커 우선 순위를 볼 때 승자승 규정이

  1. 동률 팀 간 경기에서의 승패
  2. 동률 팀 간 경기에서의 세트 득실
  3. 동률 팀 간 경기에서의 트랙 득실
  4. 추첨 또는 각 팀 대표 1인이 참여하는 1-트랙 타이브레이커(?)

일 것이라고 추측은 할 수 있지만1 이 안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를 내는 타이브레이커가 여러 종류 존재한다. 우선 세 팀 간의 경기 결과를 살펴보자.

승패 세트 득실 트랙 득실
A 1-1 0 +2
B 1-1 0 -1
C 1-1 0 -1

세 팀 간의 승패와 세트 득실은 모두 같고, 트랙 득실에서 팀 A가 팀 B, C보다 우위에 있어 아마도 1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팀 B와 C 중에서 2위와 3위는 어떻게 결정될까? 세 팀 이상의 동률을 처리하다가 팀 하나가 갈라지면 1.부터 다시 적용하는 리그도 있고(예: NFL, 이 경우 팀 B가 2위가 된다) 다음 단계로 그냥 진행하는 리그들(예: FIFA 월드컵, 이 경우 에이스 결정전이 진행된다)도 존재한다. 아예 승자승에서 세트 득실 이하를 고려하지 않고 곧바로 타이브레이커 경기로 가거나 그것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아예 다른 규정을 적용하는 리그(예: LCK)도 있으니 승자승이라는 이름 하에 최소한 세 종류 이상의 타이브레이커가 있는 셈이다. 카트라이더 리그는 어느 쪽일까? 이런 부분이 규정되어 있긴 할까? LCK는 아예 2팀 동률 시 규정부터 10팀 동률 시 규정까지 전부 정해져 있던데…

개인전 타이브레이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음 진출하는 단계가 갈리는 순위에서 동률이 발생하면 1-트랙 타이브레이커 경기를 진행한다. 지난 시즌 16강 1-2경기까지는 그 트랙이 경기 첫 번째 트랙으로 고정되어 있었다가 16강 승/패자전부터 대회 트랙 중 하나를 무작위로 추첨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여러 순위에서 타이브레이커 경기가 필요한 동률이 발생하면 해당 선수들이 모두 하나의 타이브레이커 경기에 참여하여 그 순위를 기준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을 가른다.

그러면 다음 진출하는 단계가 갈리지 않을 경우는 어떨까?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정보를 찾기 매우 어려웠다. 2019년 이후 세 번의 동률이 있었으나 동률 선수들의 순위가 왜 갈라졌는지 규정을 충분히 명확히 설명한 사례도 없었고 순위가 갈린 방식도 뒤죽박죽에 아무 설명 없이 다음 경기에서 순위가 뒤바뀌어 있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번 글을 쓰면서 순위 발표 부분을 한 번씩 다시 돌려 봤는데 프로 스포츠의 순위 결정 방식이 이정도로 일관성이 떨어져도 되나 싶을 정도. 질의를 받은 사람들 중 한 명은 마지막 트랙 성적에 따라 순위가 갈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 발표된 순위는 이것과 항상 일치하지도 않았다.

2019년 시즌 1 32강 패자부활전

그나마 가장 많은 정보가 공개된 사례. 최영훈-한승철 선수가 1-2위 사이에서 점수가 같았다. 이 때는 승부예측 아이템을 1위가 뽑아야 했으니 누가 1위인지 그 자리에서 공개해야 했는데… 이 때 해설진이 한 말을 들어 보자.

성승헌: 아, 마지막에 1등을 했던 최영훈이네요, 최영훈! 최후에 1등을 누가 했는가로 결정되는 거라서, 최영훈 선수.

김대겸: 그러네요, 마지막 경기에서 1등을 최영훈 선수가 들어왔기 때문에 동률이 돼도 어찌됐든 다 생존은 하는 거기 때문에, 여기서 최영훈 선수가 1등을 한 걸로 되겠습니다.

성승헌: 아니, 왜냐하면 최영훈과 한승철 두 선수 모두 1위를 세 번씩 했습니다. 그런데 최후에 1위를 한 선수가 순위를 올리게 되는데, 1등 세 번, 세 번, 하지만 마지막에는 최영훈 선수가 했기 때문에 공동 점수에도 불구하고 최영훈 선수가 1위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중계진의 인이어로 누군가 실시간으로 규정을 설명해 주고 있었던 듯한 상황이었고, 1위를 더 많이 한 선수가 우선이고 두 선수의 1위 회수가 같았으므로 1위를 마지막으로 한 선수가 1위라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1위가 마지막 트랙 순위로 결정된 것인지, 1위를 마지막으로 한 선수가 1위로 결정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중계진의 설명만으로는 명확하게 전달되지 못했다.

2019년 시즌 1 16강 2경기

배성빈-유영혁 선수가 7-8위 사이에서 점수가 같았는데 그 때 유영혁 선수가 8위로 뜨면서 배성빈 동률은 묻히고 “윾8ㅕ혁”만 남았었다. 순위가 갈린 방식에 대한 설명은 없음. 이 경기의 마지막 트랙 성적은 유영혁이 6위, 배성빈이 7위로 이 경우에는 마지막 트랙 우선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후 16강 패자전에서도 배성빈이 5번시드 퍼플, 유영혁이 6번시드 그린으로 등장.

2020년 시즌 1 16강 승자전

6-7위 전대웅-박인수 선수 사이에 점수 동률이 있었고 경기 후 점수판에서는 박인수가 6위, 전대웅이 7위라고 적혀 있었으나 이후 별다른 설명 없이 16강 최종전 선수 소개 그래픽 및 페인트 시드에서는 전대웅 선수가 승자전 6위 2번시드 블랙, 박인수 선수가 승자전 7위 3번시드 레드를 받았다. 마지막 트랙 순위는 전대웅 2위, 박인수 8위.

의견

  1. 리그 규정집 전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방송 제작과 관련된 기밀 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밴픽이나 타이브레이커처럼 경기 트랙을 정하고 순위를 가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리그 측이 팬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2. 개인전 동률 처리 방식은 리그 운영 측에서 규정에 맞게 일관되게 그래픽이 제작되는지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진출 라운드가 갈리지 않는 상황에서는 여기서 언급된 내용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 작아 보이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리그 전체의 신뢰도를 조금씩 갉아먹을 위험이 있다.
  3. 카트리그처럼 2팀에서 8팀까지의 동률을 불과 2분 내외에 드라마틱하며 범용성 높은 에이스 결정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리그에서 굳이 승자승 규정을 너무 허술하거나 너무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다음 진출 라운드가 갈리는 팀들 사이에 승패-세트 득실-트랙 득실까지 같으면 그냥 에이스 결정전 해도 되지 않을까?
  4. 조금 더 단순하게: 저번에 만들었던 승점제(2-0 승리 3점, 에결 승 2점, 에결 패 1점, 0-2 패 0점) 쓰고 다음 진출 라운드가 갈리는 순위에서 승점 동률이면 무조건 에이스 결정전 하자!!! 그러면 캐주얼 팬들이 득실을 따질 필요도 없으니 따라가기 더 쉬울 것이다. 트랙 득실 승자승 같은 건 다음 진출 라운드가 안 갈릴 때나 쓰고, 승패와 세트 득실은 승점으로 묶고.

다음 거

이번 포스팅으로 이번 오프 시즌 리그 포맷/규정에 관한 포스팅은 마무리. 다음 포스팅은 다다음 주말에 올라올 다음 시즌 참가 프로 팀의 파워 랭킹. 다음 시즌을 위해 블로그 포맷을 업그레이드할 예정 – TODO 리스트에 있는 것 중 일부.

  1. 2021-02-25 확인 결과 규정에는 승자승에서 세트 득실, 트랙 득실 비교에 관한 내용이 없음. 

Written on July 4,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