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즌 1 마무리 - 그동안 있었던 일

다사다난한 2020 시즌 1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이 블로그도 첫 시즌을 꾸역꾸역 완주했네요. 이곳을 찾아 주신 리그 팬 여러분과 전/현 선수, 코칭 스태프, 리그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가볍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2019년 시즌 2

이 블로그의 시초는 작년 가을, 2019 시즌 2 8주차, 개인전 16강 2경기가 방송된 날로 올라갑니다. 작년 시즌 1부터 본격적으로 카트라이더 리그를 따라가면서 선수 랭킹이나 승부 예측 모형 같은 걸 만들어 볼까 생각하던 차에 마침 넥슨 TMI 팀이 그냥 확률 값만 봐도 도무지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승부예측 모형을 방송에 내보내기 시작했죠. 아무리 당시 폼이 좋았던 박인수 선수라도 변수 많은 개인전 8인전에서 1위를 할 확률이 유영혁 선수가 1위를 할 확률의 10배 가까이 되고 신종민 선수가 1위를 할 확률의 500배씩이나 되는 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지금도 고쳐지지 않았죠)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2019 시즌 2가 끝나기 전에 어그로나 좀 끌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가장 간단한 스킬 추정 모형인 Elo 모형으로 개인전 랭킹 모형과 예측 모형을 빠르게 하나 만들어서 시뮬레이션을 돌렸죠. TMI 모형이 처음 방송되었을 때 “무려 1,000번의 시뮬레이션”을 강조했으니 시뮬레이션을 500,000번 돌려서 이 사람들 당황 좀 시켜보자는 생각으로 어그로를 끌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카트라이더 갤러리, 여러 카트 방송 등등 여기저기서 어그로를 끌었죠. 모형 자체는 TMI보다 더 현실적이었고 결과도 더 좋았습니다. 최종전에서 전대웅 1위 확률을 43.9%로 예측하고 틀리는 것과 19%로 예측하고 틀리는 것은 작은 차이가 아니에요. 그러다 결과를 좀 더 고정적으로 제공하는 페이지를 만드는 게 낫겠다 싶어서 github 블로그를 하나 만들었죠. 그 다음에는… 홍보하고, 어그로를 끌고… 온라인에서 이 정도로 어그로를 끌기 위해 노력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이번 시즌

2019 시즌 2가 끝나고 2020 시즌 1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기간에는 예측 모형을 아예 갈아엎었죠. 카갤에서의 한 댓글이 가볍게 제안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개인전 8인전에만 쓸 수 있게끔 짜 두었던 Elo 모형에서 어떤 인원이 참가해도 랭킹을 매길 수 있고 팀전 분석도 가능한 TrueSkill 모형으로 옯겼습니다. 블로그 도메인도 바꾸고, 모든 걸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죠. 올해 1월 1일 새벽에 팀전 데이터 파일을 작업하던 게 기억나네요.

이번에는 어느 대규모 위키위키 사이트에서도 어그로를 끌었고, 이 부분은 블로그 생성 초반 최소한의 인지도 형성에 꽤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이었습니다.

홍보 측면에서 디시인사이드 카트라이더 갤러리는 참 미묘한 공간이었습니다. 날파리들이 꾸준히 꼬이고, 추천 수가 비추 수를 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그곳의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숫자인 게시글에 걸어둔 링크 클릭 수는 꾸준히 비추 수보다 많았습니다. 디시인사이드라는 공간에는 추천, 비추, 댓글을 올리는 사람이 따로 있고 자신에 의견을 피력하지 않지만 그곳의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1월 중순 쯤에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죠. 그동안 블로그를 홍보했던 방식과는 다르게 명확한 타겟 층(선수, 코칭 스태프)에 홍보를 시도하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대체로는 팔로우를 통한 홍보였지만 이런 분석에 가장 관심이 많을 것 같은 한 팀, 락스의 코칭 스태프에게는 직접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어떤 선수를 통해 락스 박인재 감독님과 연락이 닿았고, 그분과 리그 데이터 분석에 관해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인스타그램 활동은 홍보 외에도 저에게 생각보다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는데, 바로 누가 제 블로그와 포스트에 관심을 보이는 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리그 팬 분들, 전/현 선수와 코칭 스태프 분들, 가끔 리그 관련 계정에서도 좋아요를 눌러 주신 것들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블로그의 주제가 모든 리그 팬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가 아닌지라 방문객 수 자체가 아주 많지는 않은데 그 안에 전/현 선수 및 코칭 스태프가 4-5분 가량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특히 큰 의미가 있있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시즌이 중단되었죠. 이 기간에 사설을 조금 더 써 보겠다고 올려 두었지만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빠져서 카트리그 쪽에 신경 쓸 틈이 없었습니다. 5월 둘째 주에 시즌이 재개되었고, 점점 재미있는 경기들이 펼쳐지면서 블로그 방문객은 시즌 중단 직전보다 더 많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풀리그 5-6경기, 플레이오프, 결승전 때는 위키위키 사이트에 링크를 걸어 두었을 때와 비견할 만한 수의 방문객이 블로그를 찾아 주셨습니다. 그렇게 길고 긴 시즌이 마무리되었고, 이 블로그는 첫 시즌을 완주했습니다. 리그 판에 아는 사람 없이 시작한 블로그가 넥슨 TMI 분석팀의 어그로도 생각보다 꽤 일찍부터 끌었고, 넓다고 할 수 없는 카트 리그 판에서 4-5명이 꾸준히 여길 보는 셈이니 이 정도면 나름 성공인 것 같네요.

다음 시즌

이번 시즌 풀리그 중반이 넘어가면서 실험 삼아 팀전 승부예측을 시작했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덕분에 여유 있게 TMI가 뭘 잘못하고 있는 지에 대한 포스트를 쓸 수 있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실험용이었기에 그 결과를 블로그에 남겨 두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시즌부터는 팀전 승부예측 결과를 블로그에 남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 모형을 Elo에서 TrueSkill로 바꾸면서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처음에 개인전 승부예측으로 어그로를 실컷 끌어 놓고서 정작 개인전 승부예측이 블로그에서 사라졌었죠. 이 부분은 TrueSkill 모형에서 정확한 몬테 카를로 시뮬레이션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근사적으로라도 몬테 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만들어서 개인전 승부예측을 들고 오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질문이나 이 블로그에 추가했으면 하는 내용이나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 주세요!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이메일,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다만 그것이 블로그에 추가될 지의 여부는 제가 이 블로그에 노력을 얼마나 쏟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여기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이 블로그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에요. 이미 레코드를 통한 분석이나 팀전 스피드전에서의 개인 순위 분석, 선수들의 사용 카트를 추가해 달라는 여러 건의 요청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 정보들을 저 혼자 관리할 여력이 없어서 이 블로그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블로그를 찾아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여러분, 다음 시즌에 봅시다!

Written on May 24,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