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내 맘대로 짜 보는 리그 - 1부

이 시리즈는 이번 시즌을 지켜보면서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아 적는, 다음 시즌을 내 맘대로 구성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적는 시리즈이다. 1부에서는 이번 리그에서 드러난 몇몇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팀전 구성 방식에 대한 제안, 3부에서는 개인전 방식에 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원래 이 시리즈는 지난 3월에 리그가 끝났어야 할 즈음에 올리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리그도 미뤄지고 개인적인 일정도 바빠지면서 리그가 재개될 때까지 밀렸는데, 이제 리그가 재개되었으니 그래도 사람들이 이 블로그를 좀 볼 때 이 시리즈를 올리는 게 낫겠지.

이번 시즌은 8강 풀리그가 도입된 나온 지 15년도 더 된 게임이 이 시점에 본격적으로 리그 판을 키우는 기념비적인 시즌이다. 프로 팀들이 생기고, 경기 수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팀들도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이런 재미있는 리그를 운영하는 넥슨과 방송을 제작하는 라우드커뮤니케이션즈, 여기에 참가하는 선수, 코치, 감독들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이다. 하지만 풀리그가 도입되면서 생긴 여러 단점들을 고칠 방안에 대해서는 운영 측이 진지하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번 리그의 문제점

8강 풀리그: 에이스 결정전

에이스 결정전은 팀전 리그가 막 시작되었을 때, 리그에서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해야 되었던 시절에 도입된 제도들 중 가장 성공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2015년 당시 리그를 보지 않던 필자도 페이스북에서 떠돌아다니던 비치 해변 드라이브 문호준 대 유영혁 0.005초 차 승부는 봤을 정도니까. 하지만 4팀 풀리그에서 승패-세트 득실-트랙 득실-승자승 순으로 사용하던 풀리그 순위 산정 방식을 8팀 풀리그로 가져왔을 때 팀원 4-5명 중 한 명만 나와서 1개 트랙만 달리는 에이스 결정전이 너무 큰 영향력을 갖는 문제가 생긴다. 다음은 지난 8강 Oz와 Xquare의 최종 성적이다.

스피드전 아이템전 에이스 결정전 전체 정규세트 전체 세트 (에결 포함) 전체 트랙
OZ 0-7 (트랙 4-21) 1-6 (트랙 10-20) 1-0 1-13 2-13 15-41
XQ 2-5 (트랙 10-17) 1-6 (트랙 10-18) 0-3 3-11 3-14 20-38

이 표만 보고 이번 시즌에 Oz가 Xquare보다 잘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스피드전도 Xquare가 더 잘했고, 아이템전도 Xquare가 더 잘했다. 하지만 Oz가 에결을 이긴 적이 있으니 1승을 챙겼고, 결과적으로 더 높은 순위를 가져갔다. 에이스 결정전이 순위를 매길때 가장 먼저 오는 항목인 승패를 가르고, 여기선 나타나지 않았지만 세트 득실에 또다시 들어가면서 너무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번 시즌에는 7-8위 사이에만 이런 역전 현상이 일어났고 4-5위의 차이가 상당히 커서 큰 논란이 되지 않았지만 다음 시즌에도 이 규칙이 유지된다면 이런 상황이 상위권 팀이나 4-5위 팀 사이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이제 와서 에이스 결정전을 없앨 수는 없지만 축구의 승부차기나 핸드볼/하키의 슛아웃, 아무리 잘 쳐줘도 배구 5세트에 대응되어야 할 에결이 이 정도 영향력을 갖는 부분은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다.

4강 풀리그

8강 풀리그를 치르고 상위 네 팀이 아무 순위에 따른 어드밴티지 없이 4강 풀리그를 다시 치르는 이번 리그의 방식. 이 방식이 자칫하면 리그의 흐름을 늘어지게 하기 쉽고, 8강 상위팀에게 어쩌면 불공평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는 점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바 있다. 운영진이 리그 중간에 규정을 바꾸는 무리수를 둔 것은 아마 이런 문제를 줄이고자 하는 생각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리그 중 규정 변경을 매 시즌마다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개인전

김대겸 해설위원이 개인방송에서 늘상 하는 이야기: 리그의 중심은 팀전이고, 개인전은 각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선보여 팀이 없는 선수가 팀을 구하는 기회가 되는 역할을 하는 방향이 이상적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개인전이 과연 그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는가? 당장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 중 리그 경험이 없는 선수는 단 세 명 뿐이었고, 이 새싹들은 숨쉴틈도 없이 고인물들에게 짓밟히지 않았는가? 그나마 지난 시즌에 처음 나왔던 최민석이 16강에 처음 올라갔고. 선수 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방송 리그 자체에서도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1위의 점수 선취제로 진행되는 경기에서 커트라인 근처 순위에서 일어나는 일. 1위가 6-8경기 안에 50점을 받고 끝내버리는 류의 경기에서 커트라인 순위, 4-5위 근처는 사실상 운에 의해 갈리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이 선수들이 조명받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압도적인 스타의 다음 라운드 진출보다 이 선수들끼리의 경쟁이 아닌가? 최상위 스타에게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더 다양한 선수들이 주목을 받고 경험을 쌓으려면 이 순위의 선수들이 스스로 진출권을 따내는 모습을 리그의 스토리라인에서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다음 이야기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상 리그의 문제점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필자 마음대로 리그를 구성해 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팀전 8강: 승점제 도입으로 에이스 결정전의 중요도 축소
  • 팀전 4강: 현재 4강 이후 벌어지는 8경기를 3-6경기의 포스트시즌으로 축소
  • 개인전: 5경기 정도 늘려 48강제 진행. 50점 선취제 약간의 변형.

여러분 모두 바이러스로 인한 힘든 시기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견뎌내시기를 기원합니다.

originally posted: 2020-5-13.

Written on May 25,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