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즌 1 예선 - 그 후
참 말고 많고 탈도 많은 예선이었네요. 늘 그렇듯이 이 블로그에서는 예선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다루지 않고 바로 본선 진출팀/선수들에 대해 다룰 계획이었지만 이번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개인전: 만 14세 미만 선수의 참가신청
이번 온라인 예선 공지사항에는
만 14세 미만의 라이더님은 온라인 예선에 참가하실 수 없습니다.
라는 문구가 있었고 리그 홈페이지에는
만 14세 미만 회원의 경우 대회 참가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라고 적혀 있음에도 한 선수가 가족 계정으로 온라인 예선 참가신청을 하고 오후 3라운드 본선 진출 순위까지 들어가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가 진행될 즈음에 이 선수가 만 14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강한 후폭풍이 몰아쳤죠.
이에 대한 넥슨의 답변은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입니다. 다음은 박현수 선수와 넥슨의 통화 녹음을 요약한 것입니다. 1
- 본선 진행 일자에 만 14세가 되는것을 확인하고 참가를 허용했다.
- 그럴 거였으면 상식적으로 규정이나 공지글에 몇 월 몇 일까지 만 14세가 되면 참가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적어 뒀어야 한다.
- 부모 동의 하에 참가를 하였기 때문에 참가에 문제가 없다.
- 관계법 상으로는 그럴 지 몰라도 리그 참가 공지에 만 14세 미만은 참가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적어 둔 시점에서는 넥슨 측이 본인들의 규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
- 가족 계정으로 참여하고 가족관계증명서로 가족관계가 확인되면 문제 없다.
- 리그 예선 규정 3조 4항: 대회는 본인 계정으로만 참가가 가능하며, 직계존속의 계정은 허용하나 관련 서류(가족관계 증명서 등) 을 통해 최종 확인이 되어야 참가할 수 있다.
- 그러나 이 조항이 나이에 의한 참여 제한 사항을 면제해준다고 볼 수 없음.
- 예선 규정에 나이에 대한 내용이 없다.
- 그건 이미 참가신청할 때 나이를 걸렀으니까 없겠지.
- 홈페이지의 공지글보다 참가신청 후에 공지된 예선 규정이 우선이고 규정집에 나이에 대한 내용이 없다.
- 예선 규정과 온라인 예선 공지사항의 나이 제한이 상충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홈페이지의 내용은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정상.
앞으로 이 부분이 어떻게 흘러갈 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건 선수 잘못이 아니라 99.9% 넥슨 잘못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규정집을 확인해 보니 누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할 지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황건하 선수가 진출한 오후 3라운드의 같은 조 4위가 진출하는 지, 아니면 오후 4라운드 2위가 진출하는 지 정도는 규정에 적혀 있었어야죠. 이번에는 해당 선수에 의해 오후 조에서 불이익을 당한 11명의 선수가 재경기를 치른다고 하네요(링크).
개인전: 운영진의 트랙 선정 실수로 인한 재경기
오후 3라운드 3조 5트랙에서 경기 진행자가 추첨된 트랙이 아닌 다른 트랙을 선택해서 경기를 진행했으나 경기결과를 즉시 무효화하지 않은 채로 6번째 트랙을 진행했고 이 때 50점을 넘긴 선수가 나오며 경기를 종료했습니다. 이후 운영 측에서 잘못된 트랙 이후 트랙을 재경기하겠다고 했으나 선수들의 반발로 인해 그대로 경기 결과를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과정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죠. 가장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방법 두 가지는
- 5트랙 진행 후 중지, 6트랙 진행 전 5트랙 무효 판정
- 처음부터 그대로 경기 결과 인정
이었죠.
사실 이런 상황에 관해서는 전례가 있습니다. 지난 2020 시즌 2 8강 풀리그 EST v. SB전에서 아이템전 3트랙 진행 중 EST 측이 채팅 관련으로 주의를 받아야 하는 잘못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경고 2회가 누적되면서 다음 트랙 몰수패를 당해야 했으나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트랙 경기 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선수들에게 트랙 몰수패를 공지하고 이후 두 트랙에서 멘탈이 흔들린 EST는 SB에게 연패, 결국 경기를 패하게 되었습니다.
주최 측은 경기 중 문제가 발생하면 경기를 일단 진행시킨 다음에 이후 재경기 또는 다른 조치를 취하는 방향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진행 방식은 팬들과 선수들 모두에게 잘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는 것이 명백해 보입니다. 저번에는 EST가 잘못을 한 상황이었으니까 추가적인 부담을 안고 경기를 해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선수 잘못이 아니었고, 재경기를 할 때 불이익을 보는 선수들 중에는… 유영혁 선수와 한상현 선수가 있었죠. 노준현 선수는 같은 일을 두 번째 당할 처지였고요. 재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그나마 이런 상황에서 넥슨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되기라도 했을테지만 이 상황에서 재경기를 강제로 속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경기 중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다음 경기를 미리 진행했을 때 그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넥슨은 규정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팀전: 프로팀의 탈락
오프라인 예선을 진행할 수 있었을 때 팀전 예선은 풀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였습니다. 한 번 져도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받을 수 있었죠. 하지만 온라인 예선으로 전환하면서 주최측은 흥미로운 변화를 시도합니다. 조별 풀 리그 후 서로 다른 조의 1위 팀 대 2위 팀이 맞붙는 단판 플레이오프. 지난 시즌에 이 변화를 볼 때부터 들었던 생각은 ‘저랬다가 프로팀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나’였는데 두 시즌만에 그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네요.
팀 지원 프로젝트라는 것이 프로팀을 늘리기 위해 하는 것이었으면 넥슨은 예선 마지막 단계를 단판 플레이오프로 하면 안 됐어요. 카트리그 경기 한 판 한 판에 변수가 꽤 있는 편이라 본선 진출권이 걸린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이면 아무리 프로팀이라도 탈락할 가능성이 낮지 않으니까요. 프로팀, 실력이 조금이라도 더 있을 것 같은 팀이 예선을 뚫을 가능성을 높이려면 본선 진출권이 걸린 경기에 기회를 두 번은 줬어야죠. 그게 더블 엘리미네이션이 하고 있던 기능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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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현수 선수는 샌드박스의 박현수도, 과거 범스의 박현수도 아닌 제 3의 동명이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