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풀리그 방식에서의 에이스 결정전. 다승제는 과연 올바른가
사설 - 풀리그 방식에서의 에이스 결정전. 다승제는 과연 올바른가
2020 시즌 2, 풀리그의 마지막 경기 (2020-2 8강 풀리그 28경기 직전 작성)
이제 2020 시즌 2의 풀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다다르고 있다. 남은 경기는 27경기 MOTO v. AF와 28경기 ROX v. HLE 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은 정해졌지만 그 순위는 27-28경기를 통해 결정된다. SB의 1위가 확정되었고, 27경기에서 AF가 트랙 6-0으로 승리하면 AF가 4위, EST 5위. 그렇지 못하면 EST가 4위, AF가 5위. 그리고 28경기의 승자가 2위, 패자가 3위가 된다.
그런데 28경기 ROX와 HLE의 지금까지의 기록을 보면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생긴다.
경기 | 승 | 패 | 정규세트 득 | 정규세트 실 | 정규세트 득실 | 정규세트 승률 | 세트 득 | 세트 실 | 세트 득실 | 세트 승률 | |
---|---|---|---|---|---|---|---|---|---|---|---|
ROX | 6 | 5 | 1 | 10 | 2 | 8 | 0.833 | 10 | 2 | 8 | 0.833 |
HLE | 6 | 5 | 1 | 8 | 4 | 4 | 0.667 | 10 | 4 | 6 | 0.714 |
- 정규 세트: 스피드와 아이템 세트
28경기에서 ROX가 이긴다면, ROX가 다승, 정규세트 득실, 세트 득실, 트랙 득실 모두 앞서니 불편할 일은 없다.
HLE가 28경기를 2-0으로 이겨도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다. 다승을 제끼고 보더라도 정규세트는 동률이고 에이스 결정전에서 HLE가 앞서는 것이니 HLE가 위에 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경기 | 승 | 패 | 정규세트 득 | 정규세트 실 | 정규세트 득실 | 정규세트 승률 | 세트 득 | 세트 실 | 세트 득실 | 세트 승률 | |
---|---|---|---|---|---|---|---|---|---|---|---|
ROX | 7 | 5 | 2 | 10 | 4 | 6 | 0.714 | 10 | 4 | 8 | 0.714 |
HLE | 7 | 6 | 1 | 10 | 4 | 6 | 0.714 | 12 | 4 | 6 | 0.750 |
하지만 HLE가 28경기를 2-1로 이긴다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세트 득실은 동률이지만 세트 승률은 ROX가 더 높고, 정규세트만 따지면 차이가 더 벌어져서 득실이 네 세트나 차이나게 된다.
경기 | 승 | 패 | 정규세트 득 | 정규세트 실 | 정규세트 득실 | 정규세트 승률 | 세트 득 | 세트 실 | 세트 득실 | 세트 승률 | |
---|---|---|---|---|---|---|---|---|---|---|---|
ROX | 7 | 5 | 2 | 11 | 3 | 8 | 0.786 | 11 | 4 | 7 | 0.733 |
HLE | 7 | 6 | 1 | 9 | 5 | 4 | 0.643 | 12 | 5 | 7 | 0.706 |
그런데도 HLE가 더 윗 순위에 오는 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에이스 결정전 한 트랙이 스피드, 아이템 한 세트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카트리그 팀전은 4:4 단체전이 기본이고 4:4 경기가 더 중요해야 할 텐데 다승을 우선순위로 삼으면 1:1로 진행되는 한 개의 트랙이 4:4로 진행되는 5전 3선승제 세트보다 더 중요해지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LCK처럼 동등한 3개의 세트로 이루어진 3전 2선승제 경기로 다승제를 하는 경우라면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세트가 더 중요한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카트리그는 스피드, 아이템 세트로 승부를 본 다음 동점일 때 1:1로 단판으로 붙어 승패를 가른다는 개념인데, 여기서 이 단판 경기가 스피드 세트, 아이템 세트와 동등하다고 볼 순 없지 않은가?
승점제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이 블로그에서 지난 시즌부터 이야기하고 있는 승점제이다. 2-0으로 승리할 때 3점, 에이스 결정전에서 승리할 때 2점, 에이스 결정전에서 패배할 때 1점, 0-2로 패할 때 0점을 부여하는 방식은 에이스 결정전의 가치가 다른 정규 세트에 비해 높아지지 않게 조정할 수 있다. 이 승점제를 활용하면 위의 HLE가 2-1로 승리하는 경우 ROX의 승점이 16점, HLE의 승점이 15점으로 ROX가 우위에 있게 된다. 비슷함 예시로 팀 A가 에이스 결정전으로만 3승을 했고, 팀 B가 2번의 2-0 승리와 한 번의 에이스 결정전 패배를 기록했다고 가정하자.
팀 | 경기 | 승 | 패 | 정규세트 득 | 정규세트 실 | 정규세트 득실 | 정규세트 승률 | 세트 득 | 세트 실 | 세트 득실 | 세트 승률 | 승점 |
---|---|---|---|---|---|---|---|---|---|---|---|---|
A | 3 | 3 | 0 | 3 | 3 | 0 | 0.500 | 6 | 3 | 3 | 0.667 | 6 |
B | 3 | 2 | 1 | 5 | 1 | 4 | 0.833 | 5 | 2 | 3 | 0.714 | 7 |
이 경우 팀 B가 에결을 포함한 세트 승률과 에결을 제외한 세트 득실 및 승률, 트랙 득실 및 승률까지 모두 더 우위일 수밖에 없지만 현재 규칙으로는 에이스 결정전을 더 많이 이겼다는 이유만으로 팀 A가 우위에 오게 된다. 승점제를 사용하면 팀 B가 우위에 오게 된다. 작년, 또는 그 이전에 4팀 풀리그를 하면서 상위 두 팀을 뽑는 방식 또는 지난 시즌처럼 상위 네 팀이 모두 동등한 상황에서 풀리그를 다시 진행하는 방식에서는 이 차이가 그리 중요한 차이가 아니었지만 순위에 따라 진출 단계가 다른 포스트시즌 규칙을 사용하는 이번 시즌에서 이 차이는 굉장히 크다.
이번 시즌이야 정해진 규칙이 있으니 그대로 따라야겠지만 리그 운영진이 에이스 결정전에 지나치게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지는 않은 지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부록: 타이브레이커
이 승점제의 목표가 에이스 결정전이 다른 세트보다 중요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니 승점이 동률일 때 지양되어야 할 타이브레이커카 몇 가지 있다.
- 다승/승률. 에이스 결정전이 각 경기의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세트보다 크기 때문에 다승/승률을 타이브레이커로 사용하면 승점제의 의미가 퇴색된다. 축구처럼 다승/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않고 다음 우선 순위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에이스 결정전을 포함한 세트 득실. 에이스 결정전을 제외한 세트 득실이나 세트 승률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 이는 아직 맞대결을 하지 않은 팀 A와 팀 B의 중간 성적에서 팀 A가 에이스 결정전을 3번 승리하고 팀 B가 2번의 2-0 승, 1번의 0-2 패를 당했을 때 세트 승률이 같음에도 에이스 결정전을 겪은 팀이 더 유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트 득실 계산에서 에이스 결정전을 제외하거나 세트 득실 대신 세트 승률 또는 세트 득실률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두 팀은 동률이 된다.
팀 | 경기 | 승 | 패 | 정규세트 득 | 정규세트 실 | 정규세트 득실 | 정규세트 승률 | 세트 득 | 세트 실 | 세트 득실 | 세트 승률 | 승점 |
---|---|---|---|---|---|---|---|---|---|---|---|---|
A | 3 | 3 | 0 | 3 | 3 | 0 | 0.500 | 6 | 3 | 3 | 0.667 | 6 |
B | 3 | 2 | 1 | 4 | 2 | 2 | 0.667 | 4 | 2 | 2 | 0.667 | 6 |
[추가] 2021 시즌 1 4경기 시점
이번 시즌 팀들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에이스 결정전이 다른 트랙은 물론이고 다른 세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SB가 HLE보다 4경기 시점에서 정규 세트 성적이 더 좋지만 정규 세트를 져야만 갈 수 있는 에결에서 HLE가 더 많이 승리했기 때문에 한 게임 차 1위에 오게 된 것이다. 에결도 세트로 치기 때문에 세트 성적도 HLE가 앞서게 되었고. 하위 두 팀의 경우도 마찬가지. EST가 CLG보다 4경기 시점 정규 세트 성적이 더 좋지만 정규 세트를 이겨야만 갈 수 있는 에결에서 두 번 졌기 때문에 정규 세트를 한 번밖에 못 이기고 에결을 이긴 CLG보다 세트 성적도 더 낮아졌고 승패 기록도 더 나빠졌다. 특히 이번 시즌 EST의 경우 에결 2연패로 최하위에 갔을 때 팀 분위기가 완전 무너진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서 많이 아쉽다.